2011년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2연패를 달성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결승이 시작되기 전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페더러와 나달을 놓고 누가 우승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페더러는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를 4강에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고 나달은 자타가 공인하는 클레이의 황제이기 때문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에는 페더러가 기선을 제압했다. 화려한 스트로크와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로 한때 5-2로 크게 앞서 나가며 많은 페더러의 팬들을 설레게 하였다. 하지만 연속된 백핸드 실수와 나달의 각 깊은 백핸드에 속수무책으로 번번이 당하며 거의 다 잡은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페더러가 5-2 40-A로 앞선 상황에서 백핸드 드롭샷이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은 정말 아쉬웠다. 만약 드롭샷이 라인 안에 떨어졌다면 결과는 달라 졌을지도 모른다.

 

위기를 잘 넘긴 나달은 파죽지세로 내리 5게임을 따내며 1세트를 마무리했고 2세트 역시 타이브레이크 끝에 가져오며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다. 비록 3세트를 내주기는 하였지만 4세트에서 거침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나달은 대회 2연패와 동시에 지난 1981년 비외른 보리가 기록한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 기록(6회)에 타이를 이뤘고 프랑스오픈 통산전적을 45승 1패로 늘렸다. 나달이 유일하게 당한 패배는 지난 2009년 16강에서 로빈 소더링(스웨덴)에게 당한 것이다.   

 

또한 나달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7번째로 그랜드슬램 10회 우승을 기록하였는데 나달의 첫 그랜드슬램 우승 역시 지난 2005년 프랑스오픈 우승이었다.

 

현재까지 그랜드슬램 10회 이상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로저 페더러(16회)를 비롯해 피트 샘프라스(14회), 러이 에머슨(12회), 비외른 보리(11회), 로드 레이버(11회) 빌 틸덴(10회) 등이 있다. 나달은 이런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달의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작년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7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낸 나달은 올해 호주오픈 8강 탈락과 BNP파리바 오픈, 소니에릭슨오픈, 마드리드오픈,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4연패를 당하며 작년과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클레이 코트 대회인 마드리드오픈과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에서의 패배는 나달에게 매우 뼈 아팠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도 초반부터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힘든 여정이 예상되었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클레이 코트의 가장 큰 무대에서 드디어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페더러 덕분에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페더러가 4강에서 조코비치를 물리쳤고 결승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만약 조코비치가 결승에 진출했다면 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조코비치가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나달은 작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호주오픈 8강에서 탈락한 나달은 이후 거침없는 질주로 나머지 그랜드슬램 3개 대회를 싹쓸이 하였고 올해 호주오픈 역시 8강 탈락한 나달은 프랑스오픈을 접수한 상태다. 

 

이제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윔블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나달은 작년 토마스 베르디흐(체코)를 물리치고 생애 두 번째로 윔블던 정상에 올라섰다. 나달의 첫 윔블던 우승은 지난 2008년이었다. 

 

하지만 나달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비록 조코비치가 한 풀 꺾였지만 여전이 위협적인 상대임에는 틀림없고 페더러도 이번 프랑스오픈 결승 진출로 어느정도 기량이 회복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윔블던 통산 6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페더러는 올해 윔블던을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다.    

 

페더러는 "프랑스오픈을 통해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특히 4강에서 조코비치를 이긴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내가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대회가 윔블던이고 피트 샘프라스를 이긴 것(2001년)도 윔블던이었다. 좋은 기억이 있는 윔블던에서 꼭 우승을 해 세계 랭킹 1위에 복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과연 나달이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상승세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도전자들에게 정상을 내줄지 지켜 볼 일이다.

 

 

박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