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의 연승을 저지하며 프랑스오픈 결승에 진출했다.

 

6월 3일(현지시각) 페더러는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를 맞아 3시간 39분의 혈투 끝에 7-6(5) 6-3 3-6 7-6(5)로 2년만에 프랑스오픈 정상 탈환을 노리게 됐다.

 

페더러가 1세트 2-4로 끌려다니고 있을 때만해도 그의 승리를 낙관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코비치가 올해 호주오픈 우승을 비롯해 파죽지세의 41연승을 기록하는 등 그의 기량이 최대 절정에 올라 그의 독주를 막을 선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더러는 페더러였다.

 

페더러는 노련한 경기운영과 조코비치의 허를 찌르는 스트로크 그리고 서브에이스로 1세트를 1시간 10분만에 가져왔고 2세트도 6-3으로 여유있게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났다. 이때부터 관중들은 황제를 연호하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관중의 기대와 달리 페더러는 3세트에서 조코비치의 특기인 백핸드 공격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37분만에 3-6으로 내주고 4세트에서도 4-5로 뒤지며 조코비치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듯 했다.

 

이때부터 페더러는 '황제'의 위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베이스라인에 떨어지는 깊숙한 스트로크와 재치있는 플레이로 조코비치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침착한 플레이와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로 조코비치를 압박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페더러는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페더러는 조코비치보다 5개 많은 46개의 실수를 범했지만 무려 18개의 에이스(조코비치 7개)를 작렬시키며 조코비치의 상승세를 꺾었다.  

 

페더러는 "1세트 경기가 힘들었다. 경기를 하면서 상대가 상대인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으로 버티려고 했다" 며 "나는 파티를 즐기기 위해 여기에 왔다. 결승에 올라 매우 기쁘고 조코비치와 매우 훌륭한 경기를 했다. 나달과의 경기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페더러는 작년 호주오픈에 우승에 이어 1년 5개월만에 다시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만약 페더러가 우승을 하게되면 통산 17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한편, 조코비치는 "페더러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 위기마다 그는 정신력으로 버텨냈고 특히 오늘 페더러의 서브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연승행진 마감에 대해서는 "나는 지난 5개월 동안 테니스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시즌 개막 후 41연승을 기록하며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인 1984년 존 매켄로의 42연승에 -1을 남겨두고 최다연승 기록 타이 달성에 실패했다.

 

앞서 열린 라파엘 나달(스페인, 1위)과 앤디 머레이(영국, 4위)의 4강 경기에서는 나달이 3시간 17분만에 6-4 7-5 6-4로 물리치고 자신의 25번째 생일을 자축하며 대회 2연패와 동시에 1981년 비외른 보리가 기록한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 기록(6회) 타이에 1승을 남겨두게 되었다.

 

나달은 "결승에 올라 기쁘다. 그리고 기록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보리는 테니스 역사상 훌륭한 선수이지만 나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달과 페더러의 상대전적은 16승 8패로 나달이 월등히 앞서 있으며 클레이코트 전적에서도 11승 2패로 나달이 우세하다.

 

 

박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