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그룹 3회전에 진출했다.

 

7월 10일 김천종합스포츠타운 실내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그룹 2회전 복식에 나선 임용규(한솔 오크밸리)-설재민(건국대) 조가 아이삼 퀴레쉬-아킬 칸(이상 파키스탄) 조를 5시간 15분 혈투 끝에 6-4 6-2 6-7(7) 4-6 13-11로 물리치고 1그룹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5시간 15분은 한국의 데이비스컵 역사상 한 경기 최장 시간 기록이고 이날 마지막 5세트 24게임은 지난 1992년 장의종이 브레트 스티븐(뉴질랜드)을 상대로 수립한 한 세트 최다 게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한국의 종전 데이비스컵 한 경기 최장 시간은 지난 2009년 중국과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플레이오프에서 임용규가 제창을 상대로 기록한 4시간 31분이다.

 

한국의 출발은 좋았다.

 

임용규의 강력한 서브와 설재민의 발리로 연속 두 세트를 가져오며 경기를 쉽게 마무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ATP 복식랭킹 8위 아이삼 퀴레쉬가 버틴 파키스탄은 경기력이 살아나며 임용규-설재민 조를 압박하였고 이에 당황한 듯 한국팀은 연거푸 실수를 연발하며 두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 5세트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쥔 경기였다.

 

한국과 파키스탄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서비스게임을 잘 지켜내며 승부는 안개 속에 빠졌다.

 

치열한 혈투 속에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한국이었다. 

 

듀스게임 10-9 0-40으로 임용규-설재민 조가 먼저 매치포인트 기회를 잡으며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긴장을 늦춘 탓인지 임용규-설재민 조는 리턴과 발리 실수로 40-40 동점을 허용하더니 아쉽게 브레이크하지 못하고 10-10 동점을 허용하였다.

 

이후 한국 팀은 임용규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우며 12-11로 앞서 나갔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 아이삼 퀴레쉬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대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마지막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퀴레쉬의 발리가 네트에 걸리자 한국 선수단과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설재민은 "데이비스컵 세 번째 경기인데 처음으로 승리를 거둬 기쁘다. 그리고 파트너인 임용규가 잘 해줘 승리를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단복식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한국에 2승을 안긴 임용규는 "좋아하는 형이랑 승리를 차지해 기쁘다. 그리고 12-11에서 아이삼이 더블폴트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상대방이 복식에 매우 능한 선수인데 여기에 개의치 않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경기를 한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승리소감을 밝혔다.   

 

윤용일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는데 임용규와 설재민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기분이 좋고 앞으로 한국 테니스를 이끌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둬 희망적이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또한 복식조를 바꾼 것에 대해서는 "임규태의 팔꿈치가 좋지 않아 교체하였고 복식에서 지더라도 남은 두 단식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기 때문에 설재민을 교체 투입했다. 이 교체카드가 의외로 좋은 결과를 냈고 오늘 임용규와 설재민의 경기력을 봤을 때 우리가 사용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음 상대인 태국에 대해서는 "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리가 열세이지만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고 오늘 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서 열린 제4단식에서 김영준(고양시청)은 야시르 칸(파키스탄)을 6-0 6-0으로 제압하였다.

이로써 파키스탄과의 종합전적 4-0으로 이긴 한국은 오는 9월 인도네시아를 종합전적 4-1로 꺾은 태국과 1그룹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된다.

 

한국과 태국의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으며 가장 최근 기록은 지난 2003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1그룹 1회전에서 한국이 종합전적 1-4로 패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가대표 서포터즈 100여명이 참석해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하였다.

 

 

김천= 박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