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즌 성적 48승 1패, 윔블던의 새로운 제왕,  무려 7년동안 지속됐던 나달과 페더러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며 세계 랭킹 1위에 새롭게 등극한 세르비아의 테니스 영웅 노박 조코비치 ... 과연 그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

아래 글은 전 남자 프로테니스 선수이자 현재 테니스 해설가와 분석가로 활약하고 있는 저스틴 기멜스톱(미국)의 ‘DECONSTRUCTING DJOKOVIC(2011.5.18)' 을 번역, 요약한 글이다.

 

새로운 테니스 황제 조코비치를 하나 하나 뜯어보면서 박진감 넘치는 남자 프로테니스 세계의 묘미를 좀더 체계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준비한 글이니 서툰 번역이지만 나름 재미 있게 읽어주기 바란다.  (번역자 주)

지난 4년 동안 조코비치는 나달과 페더러에 이어 줄곧 3등 자리를 지켜왔다. 2008년 호주오픈을 제패한 이후 11회의 그랜드슬램을 무관으로 거쳐온 이 베오그라드 출신 테니스 엘리트가 올 2011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 누구도 이견은 없는 듯 하다.

 

지난 5년이란 시간동안 이 재능있는 청년에게 나달과 페더러의 이원 집정부 체제는 참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에 조코비치는 올시즌 절치부심 페더러를 3번, 나달을 4번 꺾으며 호주오픈과 4번의 마스터스 시리즈 제패 등 37연승으로 화답하며 세계 랭킹 1위를 노리고 있다.

말 그대로 조코비치의 백핸드는 세계 최고이며 서비스리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이런 한 두가지 재능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경기를 보는 넓은 시야와 꾸준함, 빈틈없는 수비와 근성, 승부욕 등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전 세계랭킹 1위 짐 쿠리어는 "조코비치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이다. 그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완급 조절과 폭넓은 코트 커버리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어느 위치에서도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까지 조코비치를 6번 만나 한 번도 이긴적이 없었던 마디 피시(미국)도 "조코비치의 각각의 뛰어난 재능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코트를 지배하게 되고 이런 기술의 집약체는 어떤 선수들도 그를 당해 낼 재간이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피시는 많은 톱 플레이어들과 만났지만 조코비치는 약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장 힘든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예를 들면, 페더러의 경우 그의 백핸드 쪽으로, 나달은 강력한 서브나 드롭샷으로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조코비치는 어느 쪽도 확실한 곳이 없기 때문에 상대 선수는 많은 부담을 갖고 뛸 수밖에 없다.

조코비치의 최대 무기는 빠른 발이다. 그는 공수 양면에서 어느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14회 그랜드슬램 타이틀 보유자인 피트 샘프라스는 "코트에서의 민첩함과 관련해서 조코비치는 최고이며 이것이 상대 선수를 흔들고 플레이하기 힘들게 한다"고 분석했다.

 

짐 쿠리어도 "그의 빠른 발과  민첩함은 그가 볼을 기다렸다가 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필요할 때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는 공격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즉, 조코비치의 유연성과 볼 히팅시의 파워 그리고 균형 감각 등이 볼을 상대 베이스라인까지 보내고 상대방의 실수를 유발케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아주 정밀한 풋워크를 지닌 선수이기도 하다. 잔발뿐만 아니라 보폭을 늘려 긴 스텝을 만들면서 갑작스럽게 수비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페더러의 코치 폴 아나콘은 "조코비치는 수비 자세에서 조차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들이 애를 먹는다"고 분석했다. 즉, 그의 민첩함과 빠른 발에 의한 위치선점과 이에 따른 자신감이 항상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는 그가 백핸드 코너 깊숙이 날라오는 공을 처리할 때이다. 대부분의 투핸드 백핸드 선수는 이런 경우 공을 쫓아가기 급급하고 한 손(보통 왼손)이 라켓에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비에 급급한 샷이나 드라이브도 슬라이스도 아닌 중간의 어정쩡한 볼을 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경우는 빠른 발로 이미 자리를 잡고 그의 왼쪽 바깥 다리가 그의 몸을 지탱한 상태에서 몸을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강력하고 정확한 백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마디 피시는 "그는 최고의 백핸드 드라이브를 지녔고, 공격 전환 능력에서는 세계 최고이다"라고 높이 평가했고, 아나콘도 "몇몇 훌륭한 수비형 선수가 있지만 조코비치는 아주 공격적인 수비를 한다는 사실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전성기의 안드레 애거시를 보는 것 같다"면서 "그의 샷 때문에 상대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이리 뒤고 저리 뛰어 다니느라 녹초가 된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조코비치의 가장 큰 변화는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서 볼을 쳐낸다는 점이다. 때때로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탁구 치듯이 코트 끝에서 끝으로 돌리면서 상대 선수가 그의 볼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뺏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준다.

 

대런 카힐은 "조코비치의 뛰어난 코트 커버리지는 상대방이 칠 곳이 없게 한다"고 설명했다. 마디 피시도 이에 동의 하면서 "조코비치의 빠른 발과 집중력 때문에 그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 즉 내가 공을 쳐야할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코트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번째 강력한 리턴으로 볼이 상대방에 좀 더 빨리 도달하게 한다. 조코비치의 자신감과 제구력이 그의 샷을 그 어느때보다 더욱 자유롭고 공격적으로 만든다.

 

두번째는 배구의 속공(퀵 공격)처럼 한 박자 더 빨리 볼을 치는 전략을 사용한다. 즉, 베이스 라인 뒤쪽에서 바운드 후 떨어지는 볼을 치는 것이 아니라 베이스라인에 밀착하여 바운드되는 볼을 쳐냄으로써 상대방이 스트로크 이후 수비 자세를 회복할 시간을 뺏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격법은 네트에 걸리거나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는 루즈샷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지만 조코비치는 그만의 타이밍과 기술, 풋워크, 힘 조절 등을 통해 실수를 줄이고 상대방의 타이밍을 빼앗는 그만의 무기로 재탄생 시켰다.

 

조코비치는 타구 방향 전환 능력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상위 랭커들 조차도 랠리 중에는 볼이 짧아지기 전까지는 쉽게 타구 방향을 변화 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상대방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타구 방향을 바꿔 버리는 데 최고의 능력을 보인다. 그는 코트 양 사이드라인에 결정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상대선수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능력을 보인다.

 

짐 쿠리어는 "지금까지 내가 봐온 선수 중 조코비치는 결정구인 다운더라인샷을 가장 잘 구사하는 선수이다. 그것은 조코비치의 테크닉, 타이밍, 풋워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재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