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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챌린저대회가 열리는 요즈음.
날이 맑으면 한낮 햇살이 따갑기도 하지만 오늘 하늘은 어째 비가 곧 뜯길 것마냥 잔뜩 찌푸려 있었다.
대회관계자나 선수들에게 비처럼 골칫거리가 없겠지만 큰 맘 먹고 선수들 경기 보러 온 동호인 관전자에게도 비는 성가신 존재다.
좋은 날이 있는가하면 궂은 날도 있고,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다 생각하면 인생도 경기도 날씨마저도 마찬가지 아닐까?
바람이 제법 부는지 참가국 21개국의 국기가 요란하게 펄럭이는 가운데 조숭재, 노상우 선수가 나란히 입장하는 걸 보니 한국선수가 전원 탈락했다는 비보가 단식에 한정된 기사였구나 싶었다.
조금 전까지 휑했던 관중석이 이번대회 마지막 남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는 염원을 말해주듯 하나둘 채워지는 걸 보며 대회 관중몰이하려면 무엇보다 한국선수들이 잘해서 8강, 4강, 결승 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수 밖에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실감케 했다.
베이스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만나는 꼭지점 부분 뒷자리는 코치나 선수들이 자주 앉는 자리인데 선수들과 최근접거리인만큼 그들의 발놀림과 거친 호흡이 보이고 표정이나 심리상태까지 읽히는 것같아 별다른 제재가 없을 땐 이 자리를 선호하게 됐다.
주위에 앉은 지인에게 관전포인트가 뭐냐고 물었더니
- 경기 중 선수들이 발뒤꿈치를 들고 있는지 여부.
즉, 발뒤꿈치를 들고 경쾌한 잔스텝을 하면 용수철같은 탄력으로 순발력있게 전후좌우로 방향전환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파워를 실을 수 있으며
-서브나 스매시할 때 팔꿈치의 높낮이
흔히 서브 속도는 몸과 팔의 회전력(torque)에 손목 스냅을 주어 라켓 헤드 스피드를 최대한 빨리하는 게 관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몸집이 작은 선수들은 점프로 보완) 순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팔꿈치를 높이 들어 내리찍듯 당기는 동작이 필수라고.(결론적으로 다 통하는 얘기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선수들의 서브동작을 뜯어 보니 과연 서브 속도 뿐 아니라 서브 성공률과도 상관관계가 높아보였다.
-임팩트 시 공을 라켓면에 수직이 되도록 스윗스팟에 잘 맞추는지 여부
(임팩트가 좋지 못하면 서비스 라인 근처로 짧아지거나 면이 열려 아웃된다) 등 세가지라고 답했다.
대리만족이 주요 동기였던 내 관전취향과는 달리 분석적인 시각에 맞춰있구나 싶어 나도 오늘은 머릿속에 슬로우모션을 돌리며 가급적 이런 시점에서 보려고 애썼다.
강력한 서브와 베이스라인 좌우를 달리며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를 주고 받는 단식과 달리 복식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유연한 작전, 전략이 필요하다.
연습을 싫어했던 존 매켄로가 복식게임으로 훈련을 대체했다고 하는데 한국선수들도 앞으로는 복식게임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싶다.
그리고 외국선수들은 돌아서서 공으로 입을 가리는 등 철저히 보안에 신경쓰는 데 반해 한국선수들은 상대가 입모양을 읽고 서브코스나 포칭여부를 눈치챌 수 있다는 점에 무신경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1세트는 지나치게 위축된 플레이를 펼쳐 베이글 걱정을 하게 할 때의 한국선수들의 발꿈치는 거의 들려 있지 않은 듯하다가 1세트 후반 들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면서 빠른 템포로 상대를 압박하고부터 조금 달라보였다.
이 기세면 2세트는 이판사판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았고 1세트보다 확연히 나은 플레이를 하고 있어 보였다.
조숭재, 노상우가 서브 잘 넣거나 스트로크로 상대 가운데나 사이드를 뚫었을 때, 랠리가 계속되어 끈덕지게 넘기다 위너를 날렸을 때 관중석 곳곳에서는 박수와 아낌없는 칭찬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먼저 서브 넣으며 앞서가는 듯하다 한번 브레이크 당하면 스코어가 벌어지고 다시 따라가기 시작하다가 불리한 전세를 되돌리기 어려워 결국 패하고 말았다.
복식에서도 서브가 단식에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절감하는 한편 브레이크 당해도 다시 브레이크 해서 게임을 원점으로 돌리려면 리턴도 서브만큼 잘해야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선수가 서브 잘 넣어 감탄하고 있을 때 상대는 대포같은 포핸드로 또는 총알같은 다운더 라인 백핸드로 리턴 에이스를 해버리니 말이다.
모든 경기는 다 중요하다. 보는 사람에게나 하는 사람에게나. 이기려고 경기를 한다. 한솔오픈때도 그랬고 상하이마스터스대회때도 그랬다. 이번 삼성증권배챌린저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수들에게서 내년대회에는 좋은 모습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혜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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